22년도 8월 외계+인 1부를 봤다. 암살 이후로 7년 만에 나오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라 더욱 반가운 신작이라고 했다. 물론 나는 7년의 공백을 무색하게 할 만큼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돌려보고 돌려봤다. 그렇기에 새로운 영화라는 기대는 나에겐 좀 의아했다.
나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기에 이번 영화가 어떨지에 대한 기대감보다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다. 이번 영화가 나오는 시기가 영화시장의 위기였기 때문이다. 이번의 위기를 설명하기를 코로나 이후에 치솟는 영화티켓값을 얘기하는 의견도 있고 거대자본 넷플릭스와 같은 OTT플랫폼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OTT플랫폼이 내놓는 멋진 작품들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일찍이 알고 있는 최동훈 감독 영화의 매력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직감적으로 녹록치 않을 것임을 예상했다. 아리송한 영화 포스터가 나오고 영화가 나오고 세간의 영화 평은 혹독했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정신이 없다’
‘유치하다’
‘두 세계가 섞이지 않는다’ 등등의 영화 비평이 주도했다. 수많은 혹평 속에서 간혹 있는 호평은 가려졌다. 그래, 내가 직접 봐보자! 내가 판단하겠다는 결의로 영화티켓을 샀다.
두개의 시간 고려와 현재의 시간을 오가고, 두개의 세계 지구계와 외계가 이리저리 맞물린다. 영화세계 속 절대적 힘을 가진 ‘신검’을 통해 이 복잡한 시공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많은 사람들이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평하듯 초반부는 툭툭 던져지는 무수한 이야기 소재를 힘겹게 받아서 조합하기에 바빴다. 간명한 등장 씬에서 캐릭터를 파악해야 했고 거기에 더해 익숙하지 않은 시공간을 교차하는 전개 속에서 영화를 짜 맞춰가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영화 중반부를 지나갈 즈음 나도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영화세계의 정리를 마치고 있었다. 그렇담 과연 영화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1, 2부로 나뉘는 영화라고 하는데 어떻게 결론을 지을지?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었다. 영화가 끝이 났다. 완벽한 마무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알고 싶은 만큼 말해주었고 궁금증을 남겨두었다. 진짜 마음에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외계인과 로봇의 시각화가 새롭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느꼈던 것인데 그 점에서 꽤 큰 점수를 잃었다. 물론 그것은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창작자와 관객의 견해 차이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숨길 수 없다. 여하튼 영화를 다 보고 나온 나는 나의 감상이 궁금했을 영화 애호가 친구에게 문자를 남겼다. ‘최고!’
한줄평: ‘장풍을 쏘는 도사와 외계인과 최첨단 로봇이 싸우는 판타지의 맛깔난 재현’
24년 1월 외계+인 2부를 마저 봤다. 이번에는 두 명의 친구들과 같이 동행했다. 1년 반 정도 지난 시점에 영화에 대한 평은 좀 바뀌어 있었다. OTT에서 보니 볼만한데? 재밌는데?가 주를 이뤘다. 이것이 영화의 흥행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계도 분명했기에 폭발력을 가지기는 힘들지 않을까? 내심 짐작했다. 그래도 평이 조금 호의적으로 바뀐 것은 영화가 너무 엉터리는 아니었기 때문이겠지?
1부를 재밌게 봤던 나는 2부를 즐기기 위해 영화관에 갔다. 영화 초반 템포가 빠른 부분에서 좀 의아한 점이 있었으나 이야기 속의 반전과 매끈하게 이어지는 영화의 결말까지 볼거리가 더 풍성해지고 재미요소도 많아진 즐거운 영화였다. 함께 봤던 한 친구는 만족, 또 한 친구는 그저 그런 영화였다고 했다. 이로써 길고 길었던 외계+인 시리즈가 끝이 났다. ★★★★★ 이상하게 각본집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사랑스러운 점이 있는 영화다.
영화 속 명장면을 하나 꼽고 싶다. 영화 중반부에 담벼락에서 이안과 무륵의 대화 장면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안과 무륵이 서로의 속내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안은 너무 외로웠고 무륵은 자신의 자아를 너무 혼란스러워했었다.. 각자의 불완전한 정체성을 짧은 대화 속에서 공감하고 위로해주었다. 구구절절하게 긴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두 캐릭터의 이야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괜스레 찡해지는 장면이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특징은 한 영화 속에서 많은 캐릭터들을 등장시킨다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확인해 보니 최동훈 감독은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아주 자연스러워했다. 어쩌면 세상을 보는 가치관이 한 둘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 캐릭터들의 여러 이야기들의 만남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세상을 보는 듯 했다. 영화 내에서 분량을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다들 각자의 이야기가 있는 그래서 필연적으로 등장인물들 개개인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이해됐다. 담벼락 아래에서의 이안과 무륵의 대화는 짧은 씬에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밀도 있게 소개하는 최동훈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조차도 사회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그렇게 바라본다. 내가 보고 듣는 상대의 몸짓, 어투, 대화방식등 몇몇들을 통해서 인연을 맺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하물며 나와 오랫동안 만났던 친구들에게도 내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바라지 않는다. 아껴두고 나중에 꺼내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굳이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신뢰를 쌓고 앞으로를 그려나가는 태도가 내가 인연을 맺는 방법인 듯하다.
이미 세상은 너무 많은 볼거리로 풍성해졌다. 그래서 20대의 나를 즐겁게 해 줬던 최동훈 감독의 입지가 내가 40대를 바라보는 지금에서 좁아지는 건 당연한 듯싶다. 이번 외계+인 영화로 최동훈 감독 개인은 자신의 영화를 경신하고 있었으나 세상이 이미 너무 커져 버린 듯한 인상이 강하다. 아쉽지만 나의 만족스러운 영화로 추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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