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를 만났다. 얼마 전에 유트브가 소개 시켜줬다. 그 이후로는 한참 동안 내용에 담긴 목소리와 어투에 빠져 산다.
첫 번째 만남: 주선자: 유투브
영상제목: ‘삶에 대한 홍상수의 견해’
만남요약: 인간의 삶에서 관념(혹은 개념이라고 이해되기도 함)이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유용하지만 삶의 본질에 가까워질수록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이 내가 이해한 내용이다. 홍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평소에 하고 있었던 생각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이해했기에 빠져들며 공감하며 영상의 소리를 듣고 있는 나날이 많다.
두 번째 만남: 영화 ‘탑’
만남요약: 홍감독의 영화를 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러한 때는 한국 말소리가 듣고 싶을 때였다. 가끔 나 홀로 있는 방에 음악소리보다 한국 말소리를 듣고 싶을 때 애용하던 홍감독의 영화다.
홍감독의 영화 스타일이 좀 바뀌었다고 한다. 첫 번째 만남 이후로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가 '탑'이다. 나는 건축설계를 하는 사람이라 영화에서 건축의 층을 이용한 영화 이야기 전개가 무척 아름다웠다. 영화를 본 후 좋음을 말할 수 없는 나는 먹먹함을 달래기 위해 이동진 평론가의 홍상수영화 리뷰를 찾았다. 리뷰가 영화만큼 아름다웠다.
세 번째 만남: 주선자: 유투브
영상제목: ‘그 후’
만남요약: 영화 ‘그 후’의 일부분을 담은 영상이다. 김민희(아름)와 권해효(봉완)의 대화 장면인데 역시 아름답다. 이것도 평소 고민하고 있었던 자문의 자답이 끝날 즈음에 닿아서 만났기에 빠져들었다. 종교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결론은 종교는 유효하다였다. 종교라는 세계와 의미부여는 한 개인의 인생 전부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결론을 지었다.
영상 중 아름과 봉완은 실체와 의미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아름의 ‘왜 사세요’라는 질문에 봉완은 젊은 여성의 어리숙해 보이는 질문에 가르치려는 듯 한 어투로 자신의 철학을 얘기한다. 하지만 아름의 논리는 생각보다 밀도가 높다. 금세 아름의 논리는 봉완의 철학을 무너뜨린다. 봉완도 금세 자신의 단견을 인정하고 아름에게 아름이 믿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아름의 대답
1. 저는 제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요.
2. 언제든 죽어도 된다는 걸 믿어요.
3. 모든 게 다 괜찮다는 걸 믿어요.
짧은 영상에 담긴 내용과 목소리가 무척 좋아 요즘 자주 듣고 있다.
사실 이 세 번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한권의 책이다. ‘청년붓다’-고미숙 저. 청년 붓다라는 책은 서른 즈음 이후로 가졌던 많은 고민들의 실마리를 만나게 해준 책이었다. 아마도 이런 게 답이 아닐까 했을 때 책 속에 단어와 문장으로 답이 적혀 있었다. 그 경험이 황홀했고 2600년 전 답을 내었던 붓다의 가르침을 왜 그동안 뻐기고 찾지 않았던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고미숙 작가가 친절하게 설명해준 덕에 많은 것들이 해소되었던 것 같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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