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화백 선생님을 봴 기회가 있었다.
방수가 잘될 것 같은 노란색 등산복 상의와 모자를 쓰고 계신 화백 선생님. 그 손에는 NIKON의 큰 하이엔드 카메라를 쥐고 우리가 눈으로 담고 있었던 것들을 카메라로 담고 계셨다. 1년 전 처음 뵌 그때의 화백 선생님에게 호기심이 있었고 작년에 이어 올해 답사에서 대화를 해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요란했던 맥주집의 소란이 잦아드는 시간이 찾아왔고 화백 선생님 앞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나지막히 전해지는 선생님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으나 옆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이런저런 이야기 소리를 간과했던 탓에 화백님의 말 소리를 오롯이 담기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하나의 질문은 도발이 되었고, 하나의 질문은 멋진 단어로 돌아왔다.
화백 선생님은 답사 동안 나를 보셨는지 나의 자세가 좋다고 하셨다. 뜻밖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아서 나의 질문도 이어졌다.
“선생님 겸재 정선이란 분이 훌륭하다고 하잖아요. 선생님은 정선의 그림을 보면 어떤 기분으로 그렸는지 이해하실 수 있는지요?”
곰곰히 생각하시더니 질문이 나쁘게 얘기하면 도발적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왜 그런지 부연설명도 해주셨는데 그때는 알아들었으나 지금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옮겨 쓸 수가 없다. 질문의 의도와 답변의 의도가 엉켰는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선생님 오늘 병산서원을 보고 있는데 지나가시는 행인들이 병산서원을 보고 참 멋지다고 했습니다. 전 그 감탄이 의아했습니다. 병산서원은 건축하는 학생들에게 귀가 닳도록 들은 최고의 건축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시대를 넘어 최고의 건축입니다. 문득 그 행인의 감탄사를 들으면서 보편적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건데 그 느낌이 생경했습니다.”
“그런걸 두고 ‘승경’이라고 해요.”
“‘승경’이란 말이 있습니까?”
“있어요.”
“찾아보겠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며칠이 지나서 이 날의 대화를 몇번이고 되새겼다. 건축을 한다면 목표는 ‘승경’이 되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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