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나를 키우면서 목표가 있었을까? 아마도 꿈이 있었다고 해도 원대하지 않았을 것이고, 큰 목표를 두었을지라도 금세 작은 목표로 고쳐먹었을 것이다. 그만큼 하루살이가 빡빡하고 힘겨움의 연속이었음을 내가 잘 알고 느꼈기에 나는 그렇게 추측해 본다. 자식을 둔 부모님들이 흔히 얘기하는 ‘내 아이가 아프지 않고 바르게 자랐으면 하는 것’이 벅찬 목표였을 것이다. 내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겨 40이 다가왔는데 엄마의 고단한 삶 덕분인지 나는 별달리 노력 없이도 밥벌이를 하고 살고 있다. 복에 겨운 일이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아주 단란한 부자 가족이 차를 타고 가고 있다. 눈비가 내리는 추운 겨울이었는데, 아주 덩치 큰 흑인 사내 녀석이 반바지, 반팔차림으로 비닐봉지하나 손에 들고 길을 가고 있다. ‘리앤’이라는 엄마는 학교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던 덩치 큰 아이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차를 돌리자고 한다. 그리고 아주 덩치가 큰 사내아이(마이클 오어)가 차를 함께 타면서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마 리앤, 아빠 티오이, 딸 콜린스, 막내아들 SJ 4가족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가족이다. 주류 백인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가정처럼 보인다. 그날 밤 마이클의 합류로 가족이 한 명 늘었을 뿐이다. 물론 처음부터 살가운 가족이 될 수는 없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이클의 마음의 문이 열리고 리앤의 가족들도 마이클을 따뜻하게 받아주게 되었다.
보호본능 98%의 마이클, 다른 건 또래친구들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아이였으나 보호본능 98%라는 적성이 리앤의 눈에 들어온다. 타고난 보호본능과 큰 덩치에서 나오는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진 마이클, 리앤은 마이클을 미식축구선수로 성장시켜보고자 한다.
마이클의 선수로서의 성장은 미식축구에 대한 이해부족, 대학진학을 위한 학업성적 등 갖가지 장애물들에 겹겹이 막히게 된다. 하지만 리앤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게 되고 마이클은 미식축구선수로서 대학진학은 물론 프로선수로 크게 성장을 이루게 된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감동적인 드라마보다 마이클이 고비마다 부딪히는 장애물들을 해결해 주는 가족의 전폭적 지원에 주목하게 되었다. 마이클이 가진 재능이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혼자 힘만으로는 세상에 나가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마이클은 혼자가 아닌 든든한 가족이 있었다.
엄마 품에 안겨있을 내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나또한 뜨거운 사랑 덕분에 지금도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 내가 받은 사랑이 물질적으로는 별게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내가 만약 부자 집 아이로 성장했다면 내 삶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리앤 가족들의 삶, 그리고 그 속에 마이클의 성장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에게 닿기 위해 쓴다. (0) | 2023.09.15 |
---|---|
복숭아를 좋아했다. (0) | 2023.09.04 |
책 읽는 청년 동상 (0) | 2022.08.23 |
내리는 비와 친구들 (0) | 2022.08.11 |
우거지 국 (0) | 2021.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