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템플스테이 다녀온 후기 (삼각산 화계사)

진지구축 중 2020. 7. 12. 20:56

일주문

7월 11일 13시 30분, 저기 저 일주문을 지났으니, 이제는 속세랑 안녕이다. 당분간 먹을 음식에는 고기가 안들어가고, 흡연도 안되고, 휴대폰을 보는 것도 스스로 줄일 계획이다. 

친구가 같이 놀러가자고 할 곳을 찾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가고자 한 곳이 템플스테이다. 정보를 듣기전에는 템플스테이 비용도 만만치 않을줄 알았고, 또 굳이 템플스테이에 흥미가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구덕으로 정보를 검색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홀가분하게 다녀와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장소: 서울특별시 강북구 삼각산, 화계사 템플스테이 (코로나로 인해 수용인원, 프로그램등이 축소 된듯하다.)

기간: 1박2일(7월 11일~7월12일)

비용: 50,000원 (사전에 인터넷으로 신청)

프로그램(휴식형*): 도량설명, 사찰내 예절교육, 식사(당일 저녁, 익일 아침공양), 저녁예불, 새벽예불, 108배(자유롭게 참여가능), 스님과 차담

편의시설: 숙소에 에어컨과 개별 화장실이 깨끗하게 마련되어 있다.

개인 준비물: 세면도구, 수건, 수련복(사찰에서 제공) 안에 입을 면 티셔츠, 편하게 갈아입을 옷, 드라이기 등이다.

 

 친구랑 점심을 먹고 사찰을 향했다. 13시 30분까지 가야 하기에 서둘로 절로 향했다. 삼각산 화계사는 도심사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찰까지 향하는 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도 도보로 그리 멀지 않아 쉽게 갈 수 있었다. 이런 점이 템플스테이를 처음하는 사람에게도 부담을 덜어주는 좋은 점인 것 같다. 처음 들어와 인사를 하고 숙소를 안내받고는 놀랬다. 현대식 구조의 숙소에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왔다. 그리고 개별화장실에 따뜻한 물도 잘 나오니 겨울에 와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사찰이 참 좋구나 감격했다. 사전에 출발할 때 사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목조건축물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정도로 바깥의 떙볕을 달래야 하는줄 알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나의 무지였다. 지금 내가 사는 자취방보다 더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템플스테이 수용인원이 줄어든 듯 했다. 말씀하시길 프로그램은 간략해 졌다고 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사찰설명과 예절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알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것이기에 개인적으로 유용한 시간이었다. 평소 108배를 엉터리로 하고 있었다는 자책도 했다. 설명 해주시는 행자님이 일뤄주는 108배를 하면 조금 더 육체적으로 힘든 운동이 되어버린다.

 

108배를 하면서 꿴 염주

 저녁공양을 마치고 자유로운 시간이 얼마간 있었다. 나는 108배를 했다. 템플스테이를 하는동안 108배를 다르게 해볼 수 있다. 평소 해왔던 엉터리 자세도 고치고, 1배를 할때마다 기도문을 외우고, 또 염주도 하나씩 꿰어서 1배를 완성하는 것이다. 바른자세의 절도 힘든데, 기도문과, 구슬을 하나씩 꿰어야 하니 평소보다 시간이 배로 걸렸다. 힘들다면 힘들 다고 할 수 있으나, 사찰 내에서 이런한 기분을 내면서 수행체험을 하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 1시간 가량 했을까? 108배를 마쳤다. 108개의 구슬도 꿰어졌다.

 다음날 아침은 새벽예불이 있었다. 4시 20분에 하는 것이었는데 참석하지는 못했다. 템플스테이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참여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1박2일의 짧은 프로그램, 게다가 평소보다 줄어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다 참여 하려고 하는듯 했다. 나또한 마찬가지였다. 허나, 새벽 4시20분에 있는 예불은 참석하지 못했다. 전날 잠자리가 바뀌어서 인지 잠을 너무 늦게 자버려서다. 눈은 떴으나 몸은 일으키지 않았다. 

 

 아침공양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스님과 차담시간이 있다. 나는 전날 5개의 질문을 준비했으나 추려서 세개의 질문만 적어냈다. 참가자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스님이 그간의 경험으로 지혜롭게 답변해주었다. 바삐사는 도시인들의 질문을 객관적으로 떨어져 보는 스님의 답변이 유익했을 듯 싶다. 내 질문은 아니더라도 스님의 답변에 지혜로움을 많이 얻었다.  스님을 보면서도 느끼지만, 사찰의 시설을 보면서 불교 또한 현대의 문명과 발맞춰 가는 노력을 많이 하는구나 생각했다. 나는 불교를 생각하면 오래된 고찰 대웅전에 갈라진 나무기둥을 떠올린다. 오랜 세월 버티고 있음에 느끼는 아름다움을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두고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불교는 세상과 함께 맞춰가며 어려운 중생들을 위로 할 준비를 하는 듯하여 안도하였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 땅의 종교는 우리들의 안식처이다.

 

짐을 싸고 머물렀던 숙소를 정리하고 나온다.

저기 저 일주문을 지나면 나는 이전의 삶과 다름 없을 것이다. 

 

 

팁: 행자님의 말대로 산길을 조금 오르니 전망대가 있다. 거기 서서 바라보면 멀리는 잠실, 성북구, 도봉구, 노원구 등을 조망할 수 있으니 한 번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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