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3

복숭아를 좋아했다.

창원 누나 집에 가고 있었다. 대뜸 '복숭아를 좋아한다고 하더군'. 복숭아를 좋아하는데 3개 만원이라는 가격이 너무 비싸 못 사먹는다고 했다. 그게 너무 원통하다고 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나는 엄마의 몇 마디 말에 잠시 멈칫했다. '좋아한다'. '복숭아'. 취향이 없는 줄 알았다. 취향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엄마가 취향을 말했다. 창원을 들러 창녕 외할머니 집에 가니 때마침 맛있는 황도복숭아가 잘 깎아져 나왔다.

일상다반사 2023.09.04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감상문.

엄마는 나를 키우면서 목표가 있었을까? 아마도 꿈이 있었다고 해도 원대하지 않았을 것이고, 큰 목표를 두었을지라도 금세 작은 목표로 고쳐먹었을 것이다. 그만큼 하루살이가 빡빡하고 힘겨움의 연속이었음을 내가 잘 알고 느꼈기에 나는 그렇게 추측해 본다. 자식을 둔 부모님들이 흔히 얘기하는 ‘내 아이가 아프지 않고 바르게 자랐으면 하는 것’이 벅찬 목표였을 것이다. 내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겨 40이 다가왔는데 엄마의 고단한 삶 덕분인지 나는 별달리 노력 없이도 밥벌이를 하고 살고 있다. 복에 겨운 일이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아주 단란한 부자 가족이 차를 타고 가고 있다. 눈비가 내리는 추운 겨울이었는데, 아주 덩치 큰 흑인 사내 녀석이 반바지, 반팔차림으로 비닐봉지하나 손에 들고 길을 가고 있다. ‘..

일상다반사 2023.01.12

책 읽는 청년 동상

새로운 사무실에 와서 처음 몇 달 내 인연이 있었던 식당을 오랜만에 지나가는 길이었다.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는데 책 읽는 청년 동상이 있었다. 식당 문 옆에 있었다. 청년은 거의 드러누운 채로 다리 위에 책을 펴고 있었고 생각에 잠긴 듯 어딘가 바라보고 있었다. 광복절 기념 축사에서 대통령은 ‘자유’를 연거푸 얘기했다고 한다. 그 자유가 애매모호하던 찰나에 저 청년의 자유가 인상적이었나 보다.

일상다반사 2022.08.23

내리는 비와 친구들

사진 속 주인공들의 주변을 맴돌았다. 이 날도 연이틀 이어지는 비가 오는 날 중에 하나 였는데 처음 이 친구들을 봤을 때는 비를 막을 수 있을 지붕 아래에서 내가 어렸을 때 하던 놀이 이른바 ‘아이엠그라운드 자기소개~~~’ 놀이를 하고 있었다. 참 오랜만에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즐겁게 보고 지나쳤었다. 주변 동네를 돌아보다 다시 이 친구들이 있었던 공원으로 돌아와 사무실로 향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들은 ‘아이엠그라운드’ 놀이를 지우고 비에 흠뻑 젖으며 농구장에서 놀고 있었다. 정확히 어떤 놀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아이, 남자아이 어울려 즐거워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장면이어서 반갑고 흥미로웠다. 여전히 비는 많이 내리고 있었다.

일상다반사 2022.08.11

우거지 국

나의 음식에 관해 두 가지 문장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약식동원’ -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동일하다. 예전 설렁탕? 집에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가게 벽에 한자로 ‘藥食同源’이 쓰여 있었다. 당시 설렁탕집의 분위기와 벽에 붙어 있던 한자가 잘 맞아 떨어져 곰곰이 그 글귀의 의미를 곱씹으며 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다시 생각해보니 약식동원이라는 말은 그것을 지키기도, 그리고 바르게 삶에 반영하기도 참 어려운 말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나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앞으로도 계속 음식을 만들고 먹을 때 지키고자 노력해야 하는 문장이다. 두번째 문장은 음식은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먹어라 - 성철스님 말씀. 나에게 과식은 습관이다. 한참 끼니를 거를 때가 있어 한꺼번에 과식..

일상다반사 2021.10.04

추석, 엄마의 집(창녕)에 다녀왔다.

추석, 엄마의 집에 다녀왔다. 별다른 감흥도 없는 시골마을이기도 하고 그럴듯한 애정도 가지고 있지 못한 터라 나의 외할머니를 찾아가는 시간이라기보다 엄마의 엄마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보잘것 없고 가난한 살림의 할머니 집에 나는 여태 별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긍정의 마음을 한 움큼 쥐고 다가서기로 했다. 사실, 긍정이라는 흔한 말의 가치를 새삼 깨달은 바가 있었다. 긍정의 마음가짐으로 불평의 마음들을 삼켰다. 늘 가방에 넣고 다니던 카메라를 손에 쥐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꽤나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 담겼다.

일상다반사 2021.09.23

르꼬르뷔지에의 사유

르 꼬르뷔지에의 사유(思惟). 르 꼬르뷔지에가 1965년 7월에 쓴 글이 실려있다. 본명: Charles-Édouard Jeanneret-Gris 출생: 1887년 10월 6일, 스위스 사망: 1965년 8월 27일 (향년 78년 324일) 9. 꼬르, 중요하게 생각한 것. 전해지는 것은 사유뿐이다. …경험이라는 자산은 결국 사라지고 만다… 바로 죽음 때문이다. …노력의 결실인 사유만이 전해질 수 있다. 11. 꼬르, 탐구방법. …존재는 항구적이며 영원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앎에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의문이다. …그들의 앎은 이성의 개입에 의한 것이다. 12-13. “새살이 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삶을 파고 들어야 한다.” …기계와 정신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완전히 새로워져야 한다. 13. 꼬르..

일상다반사 2021.06.13

달빛 노들, 판타지 세계

내가 몇 해전 부터 한동안 꽂혀있던 말이 '판타지'와 '동화'라는 단어이다. 아마도 그 시작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 '귀도'를 보고 또 보고 새겼던 단어였던 듯 하다. 사람들은 세상을 각박하다고 흔히 말한다. 나는 이 베일것 같은 관계속에서도 항상 동화같은 혹은 판타지 같은 순정적인 마음을 그린다. 그리고 행동하려고 간혹 애쓴다. 나는 세상에 판타지와 동화같은 마음,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네임리스가 만든 구조물들이 잡지에 실린다. '자라나는 숲'에 이어 두 번째이다. 그리고 '달빛노들'에도 자전거를 타고 가보았다. 큰 달을 가까이서 보려 이미 와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각자가 카메라를 들고 진득하게 찍고 있었다.네임리스의 동화같은 구현이 좋다. 감사하다.

일상다반사 2021.01.29

기후 위기의 아찔함

7월에 시작했던 비가 8월에 들어서도 쉬이 끝나지 않았다. 요 며칠 화창한 날이 있다 보니 금세 길었던 장마를 잊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최장기간 장마는 나를 아찔하게 했었다. 뭔가 이상하다. 어렸을 적 기억했던 장마와도 다른 것이 최근 몇 년간 장마라 할 것도 없었기에 이 최장기간 장마는 불편함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내 주변 사람들도 이것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었다. 기후변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장마가 지속되던 때쯤 라디오방송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들었다. 귀에 쏙쏙들어와 재밌기도 했지만, 내가 느끼는 위기감 때문이라도 집중해서 듣게 되었다. 다음은 조천호 박사님, 이유진 박사님의 인터뷰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조천호 박사 인터뷰내용 요약(20.08.05..

일상다반사 2020.08.31

은평구립도서관 방문후기

얼마 전 43그룹(1980년대 한국경제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한국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던 건축집단 잘 알려진 건축가로는 승효상, 김인철, 민현식, 곽재환 등이 있다.)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 멤버 중에서도 곽재환 건축가의 '은평구립도서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노출콘크리트에 조형이 강한 인상이었는데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한번 보고 싶었다. 최근 컴팩트 카메라를 하나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모델을 고민하던 중 '후지xf10'이라는 모델을 알게 되었다. 중고가로 저렴하게 나온 매물이 있어 거래를 하러 갔는데 거기가 은평구였다. 그리고 은평구립도서관은 걸어가기에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후지xf10' 거래를 끝내고 xf10을 손에 쥔 채 은평구립도서관으로 향했다. 43그룹이 활동하던 시절..

일상다반사 2020.07.30